뉴질랜드 북섬 동쪽 끝에 자리한 기즈번은 태평양을 맞이하는 첫 번째 도시로, 연중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마오리 문화, 끝없이 펼쳐진 해변으로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은 활기찬 도시 생활과 한적한 자연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는데요. 특히 레레 록슬라이드의 짜릿한 워터슬라이드, 기즈번 레일바이크 어드벤처의 철도 여행, 모투 트레일스의 자전거 탐험이 삼박자를 이루며 기즈번을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 난 이 세 가지 액티비티를 중심으로 기즈번 여행의 매력을 파헤쳐보겠습니다.
레레 록슬라이드 (Rere Rockslide): 자연이 빚은 워터파크
"60미터 길이의 암반이 그대로 워터슬라이드?" 처음 레레 록슬라이드를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아해합니다. 화레코파에강 (Wharekopae River) 상류에 위치한 이 천연 슬라이드는 수백만 년 동안 강물이 암석을 깎아 만든 작품으로, 현지인들은 이곳을 '자연의 워터파크'라 부릅니다.
슬라이딩을 시작하기 전 현지인들의 팁을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너무 빠른 속도를 조절하려면 고무튜브 대신 버려진 타이어 안에 앉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몸을 틀어 방향을 바꾸면 회전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바닥의 자연 돌출부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슬라이드 끝부분에는 깊이 3m가 넘는 웅덩이가 있어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 착용이 권장되지만, 수영에 자신 있다면 맨몸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이들도 많습니다.
인근에는 이스트우드힐 수목원(남반구 최대 온대수목원)과 5단계로 떨어지는 레레 폭포가 있어 슬라이드 체험 후 산책로를 걸으며 잔잔한 여운을 즐기기 좋습니다. 현지 가이드는 "우박이 내린 직후나 장마철엔 물살이 너무 세져 위험하다"며 날씨 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기즈번 방문 전 현지 기상청 사이트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수입니다.
기즈번 레일바이크 어드벤처 (Railbike Adventures): 버려진 철도를 되살린 창의적 투어
"레일바이크? 선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 기발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 이 액티비티는 1929년부터 1959년까지 운행되던 옛 해안 철도를 재탄생시킨 프로젝트입니다. 폐선된 지 반세기 넘은 6km 구간을 특수 제작된 4륜 레일바이크가 달리는데, 두 대의 바이크가 철로에 연결된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출발점인 머서 레인치에서 페달을 밟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왼쪽으로는 태평양 푸른 물결이, 오른쪽으로는 목장과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죠. 중간에 내리면 1920년대 역사 깊은 터널을 걸어볼 수 있는데, 벽면에 새겨진 당시 철도 노동자들의 낙서가 시간 여행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이 투어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제공되는 우비를 입고 비 내리는 풍경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죠. 가이드가 알려준 비밀은 "오후 4시 투어를 선택하면 석양이 지는 철로를 달릴 수 있다"는 점. 노을 빛에 물든 해안선은 마치 수채화를 연상시킵니다. 8세 이상 체험 가능하며, 2인승·4인승 바이크를 선택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입니다.
모투 트레일스 (Motu Trails): 두 발로 만나는 태평양의 숨은 그림찾기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자전거 명소인 모투 트레일스는 총 3개 코스(데 브리즈 코스, 패커럭 코스, 리버 로드 코스)로 구성된 120km의 광활한 트레일 네트워크입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구간별 난이도가 달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죠.
가장 인기 있는 레레 폴스 트레일은 기즈번 시내에서 시작해 투랑가누이 아 키와 마을까지 이어집니다. 40km 구간 중 하이라이트는 화타우포코 산악자전거 공원인데, 여기서는 숲 속 싱글트랙을 질주하며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중간에 위치한 '더 트레일스 카페'에서는 현지산 와인과 홈메이드 파이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죠.
기즈번에 자전거 대여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구불구불한 오르막이 많아 전기 보조가 없으면 체력 소모가 심해요." 라며 "하이브리드 자전거보다 전기 자전거를 추천한다"라고 조언합니다. 트레일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타이라휘티 (Tairawhiti)만의 에메랄드빛 물결과 울창한 포플러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 방문 시 만개한 유카꽃 군락지가 장관을 이룹니다.
기즈번, 다채로운 액티비티가 선사하는 3중 매력
기즈번은 단순한 관광지 그 이상입니다. 레레 록슬라이드의 짜릿함, 레일바이크의 노스탤지어, 모투 트레일스의 자연 친화적 매력이 삼위일체를 이뤄 여행자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선사하죠. 다른 관광지와 달리 '지나가는 여정'이 아닌 '머물며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점도 장점입니다.
현지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와인을 곁들인 신선한 해산물 요리, 마오리 전통 공연인 카파 하카(Kapa Haka) 체험까지 더하면 기즈번 여행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집니다. 아침엔 태평양에서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맞이하고, 낮에는 액티비티로 활력을 충전하며, 저녁엔 와인과 함께 일몰을 감상하는 것—이것이 바로 기즈번식 라이프스타일의 정수입니다.